아주 약간 뒷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드디어 노벨 문학상이 탄생했다!
나 역시 2016년에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발표가 나온 뒤에 한강 작가의 책을 처음 접했다. 그런데 노벨상은 역시나 그 무게가 좀 다른 것 같다. 그때의 몇배, 아니 몇백배쯤 되는 영향으로 모든이들이 한강 작가의 책을 주문하고 있다.
나도 별반 다르지는 않아서, 2016년 맨부커상 수상 당시 한강 작가의 책을 빌려보게 되었다. 당시 빌려읽은 책은 바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였다. 그리고 최근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은 후 "작별하지 않는다"도 구매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쓰셨지만 대표작이랄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책 3권을 읽어본 사람의 입장으로 남겨보는 짧은 리뷰이자, 이제 한강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순서.. 그 이유는 아래에서...
채식주의자
어떤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와 그녀의 언니, 그녀의 형부의 시점에서 쓰여진 글이다.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의 다소 과격한 육식에의 거부반응이나 그를 대하는 가족들의 폭력성에 사실 나는 다소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물론 로맨스나 드라마, 추리류의 소설이 아닌 어떤 주제의식을 맥락으로 한 글이다보니 문체나 어투가 상당히 심오하다고 느껴졌다. 한문장 한문장에 힘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장 한장 읽어나가는 것이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소년이 온다
5.18 광주 민주항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떤 역사적 사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은 있을 수 있겠지만, 광주 민주항쟁은 실존해있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죄 없는 희생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드는 참변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채식주의자'나 '작별하지 않는다'에 비해 드라마틱하게 읽혀진다. 물론, 문체가 어렵지 않아 술술 읽힌다는 것 뿐, 다뤄진 사건과 현장, 사람들의 마음들이 송곳처럼 가슴에 와서 꽂히기 때문에 결코 쉬이 읽어내려가지지는 않는다. 읽는 내 가슴을 치기도하고, 한숨을 쉬기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당시 이 책을 읽은 후 인스타에 이런 짧은 소감을 남겨두기도 했었다.
마지막 장 '꽃 피는 쪽으로' 읽으며 엄마 마음에 양껏 빙의되어 가슴을 치며 울었던 기억이 진하게 남았다.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자기도 모르게 구천을 떠돌게 되어버린 어린 혼의 독백이 책을 닫은 뒤에도 내내 머리를 감아돈다.
잊기힘든, 잊어선 안될 역사의 기록, 그래서 한강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소년이 온다' 로 입문할 것을 추천한다.
작별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제주도의 4.3사건을 다루고 있다. 나는 제주도가 고향이다. 하지만 내가 자라던 제주에서도 4.3사건은 그렇게 쉬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아니었다. 아마도 '빨갱이', '이념전쟁' 따위의 말로 공격당해온 역사가 있어서이리라.. 그래서 제주가 고향인 나조차 어른이 되고 여러 자료를 통해 제주에서 일어난 비극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한강 작가가 4.3사건을 다룬 책을 썼다는 것을 늦게나마 알게되어 여러모로 참 반가웠었다.
책은 작가인 경하의 시점으로 쓰여져있다. 처음 얼마간은 읽으면서 화자인 '나'가 혹시 한강 작가 자신인가 생각해봤었다. 어느정도 본인을 투영했으리라고 상상하면서.. 경하의 친구인 인선은 나처럼 제주가 고향이다. 4.3사건의 희생자들인 부모와 주변인들을 두었고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키느라 고향 제주에서 작은 목공방을 운영하다 사고가 나서 경하에게 집에 남겨두고 온 앵무새를 부탁한다. 경하가 인선의 집으로 가면서, 경하가 겪고있는 심연, 그것을 표현하려던 두 사람의 다른듯 같은 시선, 그 안에 인선의 부모가 겪었던, 그리고 인선이 다뤘던 많은 이들의 역사. 이런것들이 담담하게 적혀있다.
내용에 대한 소개가 비교적 자세한 이유는 매우 최근에 책을 다 읽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문체가 소년이온다 보다는 무겁고, 채식주의자보다는 가볍다고 느껴졌다. 물론 취향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채식주의자에 큰 공감을 하지 못했으나, 제주에서 일어난, 일부는 제주도 말 그대로 적혀진 일들이 나에게는 훨씬 더 친근한 것이었을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개인적으로 '소년이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채식주의자' 순서를 추천한다.
결론.
겪어내지 않은 아픔을 고작 글을 읽는다는 행위로 고스란히 느낀다는 것은 오만일 것이다. 그러나 아프다. 그리고 그것을 아프게 남겨주어서 , 나는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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